지상의 별천지, 지리산 구절초 축제에 가다.
가을의 손길은 남원 산내면에도 와 닿았다. 지리산의 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앉아있자니, 시원한 산바람이
쩡쩡한 가을볕에 흘린 땀방울을
닦고 지나갔다. 고개를 꺾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높아져만 가는 가을 하늘이 닿을 듯
말 듯, 푸른 물로 번져와 지상에 닿아있는 듯
했다. 산등성이에는 한가득 핀 구절초 꽃송이들이 하얀 자태로 점점이 풀숲을 채우고 있었다. 우주에 낮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무리가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구절초 축제 자연 앞에서 느껴지는 충만한 마음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산내 면 슬로공동체, 지리산구절초영농조합, 지리산둘레길사단법인 숲길이 힘 을 합쳤다. 올해로 5년에 접어드는 구절초 축제는, 이전에는 마을 잔치의 규모로 소박하게 진행되었지만, 세 단체가 연합해 축제에 참여하면서 그 내용도 더 깊이 있고 다양해졌다. 이 축제의 기획에 참여한 한생명 사무국장 윤용병 씨는 세 단체가 연합해 기획한 축제인 만큼, 구절초 축제가 산내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희망찬 포부를 밝혔다. 올해의 구절초 축제는 산과 계곡, 사람이 어우러진 축제라는 테마로 9월 27일에서 10월 5일까지, 9일 동안 진행됐다. 행사는 지리산 둘레길 3코스인 매동마을에서 상황마을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 길섶 일대의 구절초 군락지에서 열렸다. 산내면 슬로공동체의 최정주 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내적으로는 문화적인 역량을 키우고, 외적으로는 지리산 문화의 중심인 산내면을 알렸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공예, 문화예술, 먹거리 등의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코너와 지리산의 자연을 담은 사진전이 상시 준비되어있다. 또 지리산 생명 연대에서는 ‘지리산을 지키자’라는 주제로 지리산 댐 반대 캠페인을 하기도 하고, 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구절초 군락을 둘러보는 도보여행 등의 활동도 한다. 축제가 열리는 곳에는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어, 자연 속에서 좋은 기운을 받으며 하룻밤 머물다 갈 만한 시설도 마련해 두었다. |
구절초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 구절초는 가을에 피는 대표적인 야생화이다. 구절초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보통 아홉번 꺾이는 풀, 또는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름 탓인지, 이 꽃은 음력 9월9일 에 가장 약효가 좋다는 말이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것 같다. 구절초는 보통 차나 술로 마시거나, 환으로 만들어 섭취한다. 본초강목에서는 구절초에 대해 "건위, 보익, 신경통, 정혈, 식욕부진에 좋으며,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며, 머리를 가뿐하게 하고, 혈액순환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했을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서 약효가 있다. 구절초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예로부터 가을이 되면 딸을 출가시킨 어머니들은 언덕에 피어난 구절초를 꽃과 잎째 잘라 엮어 처마 그늘에 매달아 말렸다고 한다. 그러다 시집간 딸이 친정에 들르기라도 하는 일이 있으면, 말 린 구절초를 가마솥에 넣고 푹 고아 그 즙액을 먹여서 보내곤 했다. ‘선모초’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구절초는, 그 이름처럼 여성의 몸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부자간에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녀 사이에는 남성이 짐작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이 있다. 소녀가 여자가 되고, 어머니가 되는 일련의 삶의 과정 속에서 여자들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다. 어린 소녀가 자라 여성의 삶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딸은 어머니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어머니는 그것의 선행자로서, 두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형성한다. 구절초에 담긴 어머니의 마음이 그렇고, 구절초를 피워낸 지리산의 마음이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얼마든지 기다리는 마음. 산은 어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을 담아 꽃을 피워놓고 우리의 미소만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