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공음면, 느림의 미학을 요리하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초등학교가 주말 오전부터 떠들썩하다. 바로 오늘 이 고창 공음 면민의 날이기 때문이다. 큰 소리를 내며 터지는 폭죽과 함께 개회선언을 하고 면민의 날 행사가 시작됐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사물놀이 연습이 한창이고, 폭죽에서 나온 색색의 종이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도 보인다.
푸른 잔디밭에 천막그늘을 많이 만들어뒀지만, 그보다 뜨거운 열기로 뭉친 사람들은 태양을 피해 들어갈 생각이 없다. 마을 대항 체육
대회가 열리고, 마을의 단합을 자랑하며 파란 유니폼을 맞춰 입고 온 주민들도 눈에 띤다.
축제가 한창 진행되던 중, 한 천막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슬로푸드 경연대회가 열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하평리, 군유리, 선산리, 석교리, 장곡리에서 내어놓은 음식들을 맛보고, 가장 맛있었던 음식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자네는 우리 마을 것에 많이 붙여야지.” 하며 친분을 이용하는 애교 섞인 반칙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대회의 재미 중 하나였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기에 나도 살짝 무리에 끼어 아주머니들이 밤새 만들었을 정성스런 음식들을 맛봤다. 이 경연대회는 공음면 슬로공동체 추진위원회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 행사다. 공음면 슬로공동체는 이번 계기를 통해 지역의 슬로푸드를 발전시키려는 취지로 이 대회를 추진했다. 슬로공동체 위원회에서 개최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부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마을별로 솜씨 좋은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만들고, 주민들과 심사위원의 평가를 합산해 우승팀을 뽑는다. 주민들의 평가는 시식 후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식재료 구성, 특산물의 활용도, 맛과 차림새 를 고려한 관능미, 요리 개발 컨셉의 네 가지 기준을 고려해 진핸된다. 특히 특산물의 활용과 식재료 구성의 비중이 크다. 심사위원으 로는 김호진 공음면장, 김한오 공음면 슬로공동체 위원장, 마지막으로 군장대 농식품자원관리과 교수 박성혜 세분께서 수고해주셨다. 마을의 행사답게 대상을 뽑고 나머지는 모두 우수상을 받지만, 사실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면 등수를 매길 수 없는 게 맞다.
축제가 한창 진행되던 중, 한 천막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니, 슬로푸드 경연대회가 열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하평리, 군유리, 선산리, 석교리, 장곡리에서 내어놓은 음식들을 맛보고, 가장 맛있었던 음식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자네는 우리 마을 것에 많이 붙여야지.” 하며 친분을 이용하는 애교 섞인 반칙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대회의 재미 중 하나였다. 마침 점심 시간이었기에 나도 살짝 무리에 끼어 아주머니들이 밤새 만들었을 정성스런 음식들을 맛봤다. 이 경연대회는 공음면 슬로공동체 추진위원회에서 올해 처음 개최한 행사다. 공음면 슬로공동체는 이번 계기를 통해 지역의 슬로푸드를 발전시키려는 취지로 이 대회를 추진했다. 슬로공동체 위원회에서 개최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부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졌다. 마을별로 솜씨 좋은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만들고, 주민들과 심사위원의 평가를 합산해 우승팀을 뽑는다. 주민들의 평가는 시식 후 투표를 통해 이루어지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식재료 구성, 특산물의 활용도, 맛과 차림새 를 고려한 관능미, 요리 개발 컨셉의 네 가지 기준을 고려해 진핸된다. 특히 특산물의 활용과 식재료 구성의 비중이 크다. 심사위원으 로는 김호진 공음면장, 김한오 공음면 슬로공동체 위원장, 마지막으로 군장대 농식품자원관리과 교수 박성혜 세분께서 수고해주셨다. 마을의 행사답게 대상을 뽑고 나머지는 모두 우수상을 받지만, 사실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면 등수를 매길 수 없는 게 맞다.
우리 동네에서 나는 농작물로 세상을 힐링하다. 석교마을은 인삼주악과 찹쌀볼을 만들어 왔다. 석교마을의 참가자는 평소 자주 먹던 먹거리들을 해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어색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익숙하게 맛있었다. 인삼주악은 인삼을 갈아 찹쌀가루에 반죽해 만들어 꿀과 함께 먹는데, 향긋한 인삼과 꿀의 조합이 좋았다. 찹쌀볼에는 단호박 찹쌀볼과 블루베리 찹쌀볼 두 종류를 준비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하평마을은 찹쌀과 수수부꾸미와 단호박과 복분자빵, 호박식혜를 만들어왔다. 부꾸미는 찹쌀이나 수수반죽에 팥앙금을 넣어 싸서 기름에 부친 음식이다. 하평마을의 참가자는 과거 배고프던 시절에 이 음식을 많이 먹었다며, 그때의 향수를 되새기면서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호박식혜도 좋았는데, 식혜를 만들때 호박을 갈아 넣어 만든 것으로, 식혜에 호박을 넣자 호박의 달달한 맛이 더 첨가되고 빛깔도 더 예뻤다. 군유마을은 장어구이와 장어찜, 그리고 함께 먹을 수박피클과 복분자주를 준비했다. 장어구이에는 마카와 생강을 올려 잡냄새를 제거하고, 당귀를 비롯한 재료들을 넣어 만든 양념소스를 발라 집에서도 전자레인지에 가열해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했다.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만든 장어찜은 맛을 살리기 위해 세 번이나 특제소스를 발라 건조시켰다고 한다. 요리에 곁들인 피클은 수박의 과육을 이용하고 남은 흰 부분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마을은 지역의 특산물을 선정한 것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산마을도 장어를 이용한 요리를 선보였다. 이 마을에서 준비한 음식은 장어에 묵을 곁들여 먹는 묵 속에 장어, 장어강정, 연근조림과 초연근이었다. 이 음식들은 개갑장터 행사에서 판매하기 위해 작년부터 연구해온 것이라고 한다. 장어는 보통 구이나 탕을 하는데, 이 팀에서는 강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특이했다. 장어강정에는 들깨송송이 튀김을 곁들여 고소함을 더했다. 함께 먹은 초연근과 연근조림은 지역에서 많이 나는 복분자를 넣어 만들었다. 선산마을은 기존의 조리법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 점에서 창의성을 인정받았다. 마지막 참가자인 장곡마을에서는 장어선과 장어탕수육, 복분자 토란병, 복분자 효소음료로 슬로푸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 팀의 주메뉴인 장어선은 장어 껍질에서 나는 비린 맛을 제거하기위해 껍질을 벗겨 후추와 생강즙 등에 간을 해 재워뒀다가 요리했다. 한입에 먹기 편하도록 신선한 채소로 감싸놓은 장어선을 겨자소스와 복분자소스에 찍어 먹었는데, 장어의 고소한 맛과 채소의 신선함, 소스의 톡 쏘는 맛들이 잘 어우러져 깔끔했다. 장어탕수육은 장어선을 만들고 남은 장어껍 질을 튀긴 것에 사과와 파프리카가 들어가 새콤달콤한 탕수육 소스를 부어 만들었다. 이 때, 버려질 수 있는 장어껍질을 창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받았다. 토란병은 토란과 찹쌀로 만든 병에 복분자로 색감을 더해 꿀에 찍어먹도록 되어있었다. 다른 팀이 한 가지 성향의 음식만을 내놓은 것과 달리, 주 메뉴인 장어선과 장어탕수육과 후식 토란병을 구분해 한 상이지만 본식과 후식의 순서와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팀이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은 전체적으로 맛과 영양, 색감의 구성이 놓치는데 없이 안정적이었던 까닭이다. 또한 특산물을 집약적으로 활용했다는 것도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된다. 슬로푸드 경연대회는 장곡마을의 대상 수상으로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심 사위원인 군장대 박성혜 교수는 첫 개최임에도 주민들의 의욕적인 참여와 솜씨가 돋보였고, 앞으로 지역 특산물이나 상차림에 대한 교육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지역의 상품으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계속된 경험으로 대회의 형식과 수준이 안정된다면, 슬로푸드 경연대회도 지역의 인지도 높은 행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된다면, 비옥한 고창 땅에서 나온 로컬푸드와 전통식품의 가치가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슬로푸드 경연대회를 통해 슬로공동체가 진정한 느림의 미학을 더 많은 이들에게 맛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